수원미술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모호하다. 수원지역에서 미술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공간적으로 수원시 경계내로 정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통칭하여 매겨질지 모를 미래의 수원미술이 담겨질 수도 있다.
이름이 중요할까? 겉옷이 화려하다 해도 그 안에 것은 모두 허름하고 쓸모 없을 수 있다. 겉은 초라하지만 탄탄한 몸매와 함께 인성까지 보유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름은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리고 이름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이 두가지 경우에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듯한 하나의 단어인 수원미술에 관심을 가진다.
수원미술, 그 길에 서다를 연재하면서 뉴스앤뉴스는 이름의 화려함이 아닌 내실이 어떠할까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지역미술이 가진 상징성과 추상성은 미술이 가진 본질과도 비슷하다.
지역미술은 그 단어가 가진 추상성과 위험성으로 인해 명확한 답을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원미술이나 지역미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오랜시간동안 쌓아온 오늘과 미래를 담아낼 그 무언가가 수원미술이라는 언어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편집자주>
석양이 비추는 시간. 싸늘한 바람이 감도는 수원 만석공원 옆의 수원시미술전시관을 찾았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2015 수원 문화포럼 - 인생사 사람과 삶의 가치를 논하는 인문학을 듣기 위해 모인 70여명의 수강생들은 모두 한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2015 수원 문화포럼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이는 바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배기동 교수였다. 그가 풀어낸 보따리에는 '생물학적 인간관'이 들어있었다.
배 교수는 통과의례에서 보는 생물학적인 인간관, 생물로서의 인간의 한계, 인간의 성과 문화, 인간의 경계본성과 공존 등의 순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제1전시실을 가득 메운 수강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시미술전시관의 특별강좌는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영역을 넓혀왔고 그만큼의 성과를 넘어 오늘의 수원 문화포럼에 도전할 수 있는 마니아층을 생성했다.
이날 배 교수는 "경계주의 역시 생물의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며 "이 경계주의를 통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자손을 통해서 이어가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도 하고 보다 직접적으로는 유전자 확산이 직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계주의는 바로 구역을 표시하는 것이지만 그 구역이라는 것은 반드시 그리고 항시 그 힘이 미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며 "경계주의는 결국 집단 간에 개인 간에 갈등의 요인이 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날의 풍경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이날 강의가 열린 제1전시실을 비롯한 제2, 제3 전시실까지 4월26일까지 계속되는 사)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의 기획전인 '2015 오늘의 수원'전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
전통적인 의미의 수원미술을 대표하는 수원미협의 회원전이 열리는 공간 속에서 미술을 넘어 새로운 인문학에 도전중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는 것은 이채로운 광경이다.
수원미술의 영역 표시가 어디까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타지역에서 온 신진작가, 지역을 중신으로 한 대안공간, 작은 규모의 갤러리 등을 포괄적으로 볼 때 학문의 전당인 미술가 지망생이 모여있는 지역 대학의 미술학부까지 넓힐 수 있으니 말이다.
수원 문화포럼은 전신인 인문학 강좌, 즉 지난 2012년 '경계의 미술, 시장에 선 순간', 2013년 '지금 그리고 여기, 문화코드 읽기' , 2014년 '으뜸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수원포럼' 등의 주제로 매년 거르지 않고 열성적인 강좌로 전통을 잇고 있다.
2012년 실시된 인문학 강좌 '경계의 미술, 시장에 선 순간'에는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1팀장(국공립 미술관 소장품 수집 및 관리),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미술시장의 이해와 미술애호가의 길), 김순응 아트컴퍼니 대표(미술시장과 경매),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예술과 예술가 사이), 서진수 미술시장 연구소 소장(세계 미술시장과 K-Art Market) 등의 주제로 이어졌다.
2013년 인문학 강좌에는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운영위원(철학, 예술을 읽다), 윤호섭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매일 매일이 지구의 날), 임근준 미술디자인 평론가(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생태 건축,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조성룡 도시건축 대표(건축과 도시, 삶을 위한 공간 재생) 등의 주제 강의에 나섰다.
지난해 인문학 강좌는 모두 19차례로 늘어나며 강의의 풍성함과 질적인 면에서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수원, 미술의 흐름) 등의 문화코드 읽기 특강에 이어 제3부 현대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 강의에 나선 코디 최 성균관대 겸임교수의 모더니티와 모더니즘, 모더니스트 프로젝트, 모더니스트 이론들 등의 열강이 이어지며 수강생들의 학구열을 달궜다.
올해는 인문학강좌가 수원 문화포럼으로 한단계 발전했다. 미술에서 시작된 강좌 성격이 더깊고 더넓은 문화와 학문의 영역, 그리고 수원지역 문화에 대한 고민으로 폭을 넓혀낸 것.
사실 미술을 중심으로 이뤄진 인문학 강좌 초기에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기우와 달리 매년 강좌가 이어질수록 강의의 질과 함께 수강생들의 문화적 깊이도 그 수를 더하고 있다.
이번 회원전을 앞두고 홍형표 수원미협 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173명의 회원들이 참여한 2015 오늘의 수원전은 미협의 성장을 확인하고 나아가 수원미술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올한해 미협의 활발한 활동을 알리는 첫 시작으로서 수원미술인들의 열정과 그들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협 또한 성장하고 나아가 수원미술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의미로 되새길 수 있다. 수원미협이 재도약을 논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인 것과 함께 2015년 수원 문화포럼이 시작됨으로써 그동안의 미술 중심의 인문학 강좌가 수원 지역에서의 새로운 문화 포럼으로 격상될지 중요한 도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첫해 수회에 그쳤던 강좌는 이제 명실공히 지역 대표 문화포럼으로 성장했다. 매년 현장에서 그 열기를 확인한 기자가 수원미술 그 곳에 수미관의 인문학 강좌를 우선 놓는 것은 그동안 갈라져있지만 언급하기 꺼려졌던 바로 미술인이라는 단어의 확산이 수원미술의 미래와 연관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게 했다.
인문학 강좌의 특징은 기존 미술특강과 다르게 '현재'라는 단어와 수강생의 흥미로 이어질 수 있는 신선한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재생산됨으로써 시민들의 참여율과 재수강율이 높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 이면에는 강좌 기획자의 뜻 또한 깊게 담겨있다.
수원 문화포럼을 담당하는 박소화 큐레이터는 지난 2013년 자료집을 내놓으면서 의미있는 이야를 담아냈다. 그는 "지금 그리고 여기, 문화코드 읽기는 인간으로부터 펼쳐진 문화를 동시대에서 강조되고 있는 이야기와 예술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자 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수미관의 인문학 강좌가 중요한 것은 바로 수원시민들의 상식속에 미술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줬다는데 있다. 정확하게 수원미술은 10여년전만해도 수원미협 회원들의 세계였다. 현재 수원미술은 새로운 역동성을 얻어가고 있다. 그곳에는 사람, 곧 수원시민이 존재한다.
인문학 강좌는 매년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천편일률적인 특강의 형태가 아닌 매년 새로운 현재,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강의가 이어지면서 성장하고 있다. 수미관의 인문학 강좌 기획자들은 한해한해 새로운 모습과 미래를 꿈꾸며 강좌를 기획하고 정리하고 성과물을 또한 만들어낸다.
또 이 눈부심 속에서 적은 인원의 수강생이 수원미술이라는 이름 속에서 세포분열후 수원미술의 새로운 밑거름이 되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세상과 물밑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보는 눈'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미술계에서 수원미술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그 수원미술을 뜻하지는 않는다.
2014년 인문학 강좌에 나선 박용택 경기대 교수는 '수원, 미술의 흐름'이란 주제로 진행된 특강 말미에 "수원에 많은 작가들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너무 많아서 모른다"며 "수원에 미술대학이 있는 곳은 경기대, 수원대, 협성대 세곳뿐이다"고 밝혔다.
수원미술의 역사적 의미를 논한 말이지만 지역성에 관한 박 교수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수원시계에, 정확히 얘기하면 경기대를 제외한 수원대와 협성대는 화성시에 위치해있다. 박 교수는 이 세곳을 수원미술의 미래를 이끌 인재들이 나오는 요람으로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내에서 미술의 시장형성과 지역미술의 성장은 그 가능성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문학 강좌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다수의 지역 대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지역과 대학을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박 교수도 경기도 미술계의 약점을 지적했다. 그는 "경기도의 작가들이 거의 서울로 대학을 다니거나 서울미술계에서 활동을 하거나 서울 미술과 연을 이어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충청도나 대구 경상도 전라도 같은 어떤 지역적 격리성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은 좀 생각해볼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언급한 '수원은 좀 생각해볼거리가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대략의 의미는 파악할 수 있고 동의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수원미술은 지난 10여년의 중흥기를 통해 또다른 성장 가능성을 만들어낸 가운데 시민과의 교류에 나선 인문학 강좌를 통한 미술 저변확대를 논해도 될만하다는 생각에 힘이 실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