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의 목격자에서 민주주의 파수꾼까지… 솔직담백한 ‘인생 고백’에 시민들 화답
지난 2월 7일 오후, 구리아트홀 유채꽃 소극장은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구리시의회 권봉수 의원이 자신의 60년 생애와 24년 정치 여정을 담은 저서의 출판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넘어, 한 개인의 삶이 현대사의 굴곡과 어떻게 맞닿아 왔는지를 공유하고 구리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소통의 장’으로 꾸며졌다.
“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다”... 소탈함으로 시작한 인생 고백
사회자 정재현 씨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권봉수 의원은 특유의 소탈한 웃음과 함께 말문을 열었다.
“소개 멘트가 너무 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다”는 농담 섞인 첫인사에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권 의원은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사실 글재주가 있는지, 내 삶이 감당할 수 있는 내용인지 두려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1995년 구리에 정착한 지 30년, 지방 정치에 투신한 지 24년이 된 시점에서 자신의 삶과 꿈을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솔직함’을 강조했다. “최대한 미화하지 말자, 꾸미지 말자고 다짐하며 썼다”는 그는 “자기 검열에 걸려 창피해 못 쓸 이야기도 있었고,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권봉수라는 사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투명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7단계 궤적으로 짚어본 ‘현대사의 목격자’
이날 북 콘서트는 권 의원의 삶을 7가지 결정적 장면으로 나눈 ‘삶의 궤적’ 영상과 함께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궤적은 1979년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 옆 경복고 재학 중이던 그는 10.26 사태 당일 학교 인근 양지관에서 합숙 교육을 받던 중 역사의 격랑을 근거리에서 목격했다.
세검정에서 탱크가 넘어오는 장면을 보며 가졌던 충격은 훗날 그가 견지하게 된 ‘역사의식’의 뿌리가 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궤적은 격동의 80년대 대학 시절과 군 복무 시절이었다. 건국대 83학번으로 학생회 부활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1986년 ‘건대 항쟁’의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군 복무 시절에는 보안대의 감시 속에서도 한겨레신문을 몰래 구독하다 영창 위기를 겪었던 일화를 소개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네 번째부터 일곱 번째 궤적은 구리와의 인연, 그리고 정치적 성장기였다.
1995년 구리에 정착해 YMCA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2002년 지방의회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 그리고 최근 12.3 내란 사태 이후 한 달간 이어온 거리 시위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진봉 교수·이정희 총장과 함께한 ‘민주주의 대담’
이번 북 콘서트의 백미는 화려한 게스트들과의 대담이었다.
영화 ‘1987’ 속 김태리 역할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이정희 구리 YMCA 사무총장과 언론학자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깊이를 더했다.
이정희 총장은 “권 의원의 책은 유시민 작가의 글처럼 명확하고 진솔하며 따뜻함이 스며있다”며 30년 전 건대 캠퍼스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인연이 구리에서 시민운동의 동지로 이어진 신비로운 인연을 소개했다.
최진봉 교수는 권 의원의 정치적 소신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12.3 내란 청산 시위를 언급하며 “내란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는 권 의원처럼 정신이 바로 박힌 지방 정치인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시국을 진단하며 “지방자치가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속도보다 방향... 시민과 함께하는 의정 브리핑 50회”
권 의원은 자신의 정치 철학을 ‘시민과의 공유’로 정의했다. 그는 지난 전반기 의장 재임 시절 매주 실시했던 ‘의정 브리핑’을 예로 들었다.
“지방자치는 의원이나 공무원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하에 104주 중 50회를 직접 브리핑하며 시민들에게 시의 현안을 알렸다.
그는 “아들이 ‘중국집 사장님과 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고 핀잔을 줄 정도로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선거 때 내건 공약들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 구체적으로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의 다짐, 부끄럽지 않은 기록으로 남기겠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의 끝자락, 권 의원은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그는 “책을 2,000부나 찍었는데 재고가 남으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며 교보문고를 이용해달라는 유쾌한 당부로 좌중을 웃기면서도, 눈빛만큼은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이 책은 저 자신에 대한 선언이자 다짐입니다. 제가 꿈꾸는 구리의 미래를 시민 여러분께 보여드렸으니, 이제 그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증명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훗날 정치를 마무리할 때, 2026년 2월의 다짐을 부끄럼 없이 완수했다는 보고서를 다시 쓸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구리아트홀 밖으로 나서는 시민들의 손에는 저마다 권 의원의 인생이 담긴 책 한 권씩이 들려 있었다.
한 시민은 “정치인의 책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사람 냄새 나는 진솔한 고백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구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권봉수 의원의 60년 인생 궤적은 이제 책장을 넘어, 구리시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한 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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