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뉴스=박귀성 기자]
전국 노점상인 5000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4000명)이 지난 1988년에 있었던 6.13대집회 29주년 기념일인 ‘노점상인의 날’을 맞아 박근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미관 등을 이유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노점상 감축을 강행하려는 일방적 ‘노점관리대책’에 대해 맹렬히 성토하고 이를 “즉각 폐기하고 노점상들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중총궐기운동분부 주최 하에 전국 노점상총연합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공동으로 13일 서울역 광장에서 ‘29주년 6.13정신계승 전국노점상대회’를 열고 ‘하나가 힘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각 시도지자체에 대해 ‘노점생존권을 탄압하는 노점관리대책을 중단’할 것과 ‘노점기본법·노점상보호 특별법 제정’할 것, ‘경비업법·행정대집행법 전면 개정’할 것, ‘과태료 남발을 중단’할 것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전노련과 민주노련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1988년 6월 13일은 군사독재정권의 탄압에 억눌린 노점상의 울분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온 날”이라며 “성균관대에 모인 수천 명의 노점상들이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웠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이들은 행사 서두에 그간 노점상인들을 상대로 자행됐던 각종 ‘용역을 동원한 노점상 강제철거’ 등 국가 공권력의 폭력적 장면들이 무대 위 대형화면에서 재생될 때는 일제히 ‘분노’를 넘어선 ‘절망’의 표정을 지어내기도 했으며, 행사 중간 중간에 “용역깡패 해제!”를 목 놓아 절규했다.
이들은 “하지만 2016년 오늘날 노점상의 현실은 1988년보다 한 발자국도 나아지지 못했다”면서 “선거운동 때마다 찾아와 사진 찍기 바빴던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도시미관을 해친다며 노점상을 거리에서 내쫓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들은 아울러 “‘노점관리대책’을 최초로 시행한 서울시의 경우 청계천 복원으로 서울 풍물시장으로 이전했던 노점상은 퇴출과 고사로 지역의 흉물로 되어버렸고, 인사동 화신먹거리촌으로 밀려난 노점상들에 대해서는 다시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노점관리대책을 반대하는 남대문 시장의 노점상들에게는 과태료 폭탄과 보복성 단속을 자행하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는 노점당사자를 제외시키고 졸속으로 노점관리조례를 제정했다”고 성토했다.
조덕휘 전노련 의장과 김영표 민주노련 의장은 “2014년 이후 2년 만에 전노련과 민주노련 양 조직이 ‘하나가 힘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단결하여 ‘노점관리대책 분쇄’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의장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산업화를 위해 농민들을 산업노동자로 만들었고, 오늘 날 자본은 노동자를 해고하며 노점상으로 만들었으며, 재개발로 노점상은 철거민이 됐다”며 “경제성과를 내기 위한 경제발전의 피해자는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 노점상, 철거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남 의장은 이어 “가진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노동착취와 민중수탈을 통해 노점상들이 배출됐다”면서 “노점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노점상이 불법이라니, 노점상은 불법이 아니라 민중의 생존권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민중의 힘’ 대표는 “6월25일 범국민대회를 통해 국가폭력과 자본폭력에 맞선 전체 민중의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모아 20만이 모이는 11월12일 민중총궐기까지 지속적이고 대중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노련의 한 간부는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폭력으로 우리 노점상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위로 일방적으로 노점관리대책을 세우고 노점상을 탄압하는데, 투쟁으로서 막아내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그는 이어 “전국 노점상인들은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규정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맛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노점상을 말살하고 있다”면서 “전국 노점상들은 100만명 정도인데, 노점상의 생존권보장을 위한 대책은 세워주지 않고 막가파식 철거만 진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재벌 정책’만 가지고, 우리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일삼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투쟁으로써 맞설 수 밖에 없다”면서 “박근혜 정권이 일방적으로 독재정책의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는 공약으로 복지정책을 우선으로 두고 서민민생을 먼저 챙기겠다고 했고, 새누리당도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아무런 대책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에게는 노점상이 생업이고 삶의 터전이기에 죽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한편, 노점상인들의 이날 서울역 광장 행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서울역 광장을 출발하여 남대문시장까지 1차 행진을 진행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전노련은 노점관리대책에 반대하는 남대문지역연합회 집회 현장인 중구청 앞으로, 민주노련은 2009년 화신먹거리촌 노점상 철거에 반대하는 종로지역상인연합회 집회현장인 종로구청으로 각각 나뉘어 가두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