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박근혜의 '원격의료'와 노무현의 '원격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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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원격의료'와 노무현의 '원격의료'

원격의료,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입력 2016.06.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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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2_14.jpg▲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학교 교수
 
6월 7일, 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면서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료계와 시민사회 및 야권의 반발로 보건복지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19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박근혜 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재진 환자나 경증 환자, 장기간의 진료가 필요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19대 국회 때 발의했던 법안과 그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반발,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 등을 감안해볼 때 이 법률안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의 제도화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거침이 없다.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가보자는 태도가 읽힌다. 원격의료에는 정권뿐만 아니라 총자본과 경제계의 거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 4.13 총선 이후 19대 국회가 임기를 거의 다 마쳐갈 즈음인 4월 29일, 시민사회단체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를 통과했던 것이다. 결국 이 법안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제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정부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의료민영화의 의미와 현황

위의 글에서 우리는 집권세력의 의료민영화(또는 영리화) 추진 의지가 얼마나 강력하고 집요한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도대체 의료민영화가 무엇이기에 그런가? 그것의 의미와 내용부터 살펴보자. 의료민영화는 국가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공적 영역인 의료분야를 사적 영역으로 민간에게 내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국가보건의료체계의 공적 성격은 약화되고 시장적 성격은 강화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의료체계의 전반적 비효율이 심해지고 의료이용의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 논의를 국가보건의료체계를 의료재정체계와 의료공급체계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 의료재정체계의 공공성 수준은 55%로 선진복지국가들의 85%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것은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부재정 지출이 빈약한 데도 기인하지만, 더 크게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지나치게 저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이용시점에서 발생하는 전체 의료비의 63%만을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준다. 나머지는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서 부담해야 한다. 의료비 부담의 사적 성격이 지나치게 큰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이런 의료비 불안에 대해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는다.

사적 영역에서 의료비 불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인데, 민간의료보험 가입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주요 30개 국가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27위에 불과하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의료비 불안이 매우 큰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 70%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있다. 그런데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공적 의료보장제도를 가진 나라 중에서 보통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선진복지국가들에서는 국민의료의 대부분을 공적 영역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국민들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1-2%이거나 많아도 5% 이내에 머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70%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의료재정체계의 공공성이 확고한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재정체계의 공공성이 매우 취약하고 민영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사실,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민간의료보험의 총량과 비중이 급격하게 커졌다. 이에 비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참여정부 말기의 63%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공약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공약했었다. 그런데도 상황은 동일하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도 10%(병원의 병상 수 기준)에 불과해서 선진복지국가들의 50-95%에 비하면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참여정부 때 18% 수준으로 높아졌으나 의료민영화에 집착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병원 병상의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들 중 비교적 규모가 큰 병원들 대부분이 비영리 의료법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법은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민간의료의 비중이 90%나 되면서도 의료공급체계의 영리적 성격이 그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두고 집권세력과 시민사회 사이에 전쟁 같은 갈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 때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영리병원) 허용을 놓고 갈등과 투쟁이 벌어졌다. 결국, 참여정부의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은 경제특구와 제주도에 허용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내국인 영리병원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투쟁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우리 국민은 의료공급체계의 본격적인 민영화를 의미하는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을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우회적인 방식의 새로운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방식, 즉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 대신에 비영리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및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추진했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병원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다. 병원은 상품이 되고,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위해 영리적 의료행위에 더 집착하게 된다. 마침내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병원의 체인화를 통해 거대한 프랜차이즈 병원이 등장하게 된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는 주식회사처럼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여 의료법인 병원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돈벌이를 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를 넘어 국민건강권 보장해야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가보건의료체계를 둘러싸고 큰 갈등을 겪어왔다. 집권세력과 경제계는 보건의료의 시장적 성격을 더 강화하자고 주장했고, 시민사회는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충을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의료민영화 추진세력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성과가 미미했던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의료민영화를 지지하지 않았고,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의료민영화의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에 국민 건강권이 제도적으로 신장되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아진 게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반대 투쟁을 넘어 공세적으로 쟁취하고 건설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먼저, 의료재정체계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의 70%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있는 지금의 민망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간병비 등 3대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병원 입원비의 90%를 보장하고, 연간 100만원 본인부담상한제를 실시한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의료재정체계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라는 의료재정체계의 의료민영화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가 유럽 선진복지국가들에서 익히 보고 있는 의료재정체계의 공적 모습이다.

다음으로,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상당부분 강화해야 한다. 내국인 영리병원은 어떤 경우라도 허용해선 안 된다. 그리고 공공병원의 병상 비중을 높여야 하고, 비영리법인 병원들의 공공적 성격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에 걸쳐 영리병원 저지 투쟁을 해오는 동안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은 18%에서 10%로 줄어들었다. 영리병원 저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세적으로 공공병상을 확충해야 하고, 비영리법인 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영리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우회적 의료민영화 반대를 넘어, 지역사회의 부실한 의료법인 병원을 정부가 인수해서 공공병상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머지  않은 장래에 공공병상의 비중을 현재의 10%에서 30% 정도로 높여야 한다.

원격의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2006년, 참여정부는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ICT를 활용하여 원격의료를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참여정부가 구체화했던 원격의료는 의료법 제34조에 담겨 있다. 의료법 제34조 제1항에는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즉, 참여정부의 원격의료는 오·벽지에 근무하는 의사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대도시 대형병원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의료지원체계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원격의료가 추진되었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ICT 활용 방안과는 그 내용과 파장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는 의사-환자 간의 대면진료를 의사-환자 간의 화상진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즉, 참여정부의 원격의료는 의사-의사 간 원격의료이고, 박근혜 정부의 그것은 의사-환자 간의 원격의료이다. 그래서 전자는 ICT를 활용하여 오지나 벽지에 의료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후자는 ICT를 활용하여 일차의료를 IT와 전자 등 총자본의 영리 추구에 활용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반기부터 원격의료를 공세적으로 추진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거세게 반대했다. 시민사회도 대체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비영리법인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함께 묶여 의료민영화 또는 의료영리화 이슈로 간주되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영리자회사 허용은 이론의 여지없이 비영리법인 병원의 사적 성격과 영리성을 강화하는 의료민영화 또는 의료영리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격의료는 영리자회사 이슈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원격의료는 의료공급체계의 민영화 또는 영리화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격의료를 의료공급체계의 민영화 또는 영리화 이슈에 포함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으로 인해 IT와 전자 등 총자본은 영리 추구에 큰 도움을 얻겠지만, 우리나라의 허약한 일차의료체계는 의사-환자 간 대면진료를 의사-환자 간 화상진료로 대체함으로써 더 망가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일차의료는 의료공급체계의 중요한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의 시장적 성격 때문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의사-환자 관계는 책임성이 낮고 신뢰가 깊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는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원격의료를 의료영리화 이슈로 간주해서 대한의사협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반대하는 데 대해 찬성한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언제까지 과학기술로서의 원격의료를 반대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한정 반대만 하는 게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의학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ICT를 포함한 과학기술의 진보와 성과를 보건의료분야에 활용하는 데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ICT 기술 수준이라면 원격모니터링(telemonitoring)과 원격상담(teleconsultation)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의 원격의료를 가능케 할 정도로 ICT와 의료기기 분야의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기술적 발전과 성과를 일차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와 일차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언제까지나 도외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ICT 및 의료기기 분야의 산업적 발전과 일차의료체계의 획기적 강화를 함께 이루는 소위 ‘윈-윈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일차의료는 마치 시장터 같다. 환자들이 이곳저곳을 쇼핑하듯 방문한다. 일차의료기관들도 환자를 손님 대하듯 한다.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이다. 책임성도 낮고 만족도도 저열하다. 이러는 사이에 의료기관 방문횟수는 OECD 평균의 2배를 넘겼다. 우리나라의 일차의료는 거의 100%가 민간의료기관들인데,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 통제를 제외하면 마치 시장 같다. ‘실패한 시장’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실패한 일차의료를 바로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치의제도’라고 생각한다. 유럽 복지국가들이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일차의료 강화 방안이 바로 주치의제도이다. 주치의제도에서는 원격의료가 일차의료의 근간인 의사-환자 관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좋게 해 준다.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상담을 통해 자주 소통하면서 신뢰를 더 두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에서 주치의제도는 주치의와 등록된 주민 사이의 제도적 만남이다. 보건의료에 관한 모든 사항은 반드시 주치의와 논의해야 한다. 주치의가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의료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한다. 상급병원 이용도 주치의가 연결하고 도와준다.

나는 우리나라 일차의료체계의 강화 방안으로 주치의제도 도입을 적극 권하고 싶다. 주치의제도에서는 원격의료가 주치의의 보건의료 활동을 도와주는 고마운 과학기술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병원에서 MRI 같은 진단장비가 병원의료의 질을 높여주는 유익한 과학기술이듯이, 주치의제도 하에서는 원격의료가 일차의료체계의 강화를 위한 유익한 과학기술이 될 수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원격의료가 일차의료체계(의사-환자 관계)의 훼손이 아니라 일차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와 일차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방안은 바로 주치의제도의 도입이다. 즉, 주치의제도와 짝지은 원격의료의 도입은 일차의료와 ICT 관련 산업 발전의 ‘윈윈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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