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공공미술이 설치 장소에 무게를 둔다면 최근의 흐름은 참여를 중시한다. 한마디로 과거의 공공미술이 장소에서 장소에 맞게 작품을 만들고 관람객과 소통하는데 비해 현재는 물리적 장소만을 그 현장으로 보지 않기도 한다.
공공미술(public art, 公共美術)은 그에 맞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형태, 일시적인 작업제안도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지난 21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 복도.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의 입구에 손에손을 잡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A어린이집의 원생들인 어린이들은 지도교사의 지시에 따라서 부푼 마음으로 빛이 나는 공간과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앞에는 기대와 같이, 동심을 이해하려는 작가가 안내하는 환상의 세계, 그리고 미술, 이를 통한 책의 탄생과정으로의 행복한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은 올 첫번째 기획전으로 '숲 속 재봉사와 숲 속 친구들'전을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인 양털로 작업하는 작가 민경숙의 작품과 꽃잎, 나뭇잎 등의 재료로 그림책을 제작하는 작가 최향랑의 작품으로 꾸며진 조명속의 작은 숲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작가 민경숙은 작업일지를 통해 "새털 같은 가벼움으로 찾아와/맑은 웃음을 주고 가는 어린 친구들/창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자신의 세계 또한 이러하다 보여주는 듯하다…(중략)"고 전시장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났던 날을 추억한다.
작가 민경숙은 왜 어린이들의 만남을 추억하고 작품에 반영했을까? 맑디맑은 눈망울로 도장하나 받으면 그리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미술과 책은 어떤 의미가 있고 작가들은 이 전시에 문을 두드렸을까?
분명한 것은 이 공간이 미술체험의 장으로 커오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아이들과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왔으며 수원미술의 한 축으로 그들을 인정했다는 진실이 통했다는 것이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가 보인다. 그 오른쪽을 보면 몇평의 작은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세곳으로 분류된 전시/교육 공간은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시관이라든가 미술관이라든가의 관점에서 보면 이곳은 너무도 작고 열약한 환경이다.
화장실도 있고 또 한켠에는 싱크대도 있다. 청소를 위한 도구들도 창가 구석에 놓여있다. 아파트형 공장에 자리잡은 이곳에서 어떻게 수원미술의 미래의 시작이 이뤄질 수 있었는지 의문스러울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당히 소금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은 수원미술의 조심스러운 도박이었지만 그 새로움은 하나의 주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아이들은 전시를 통해 숲속 친구들의 민경숙 작가와 숲속 재봉사인 최향랑 작가를 만난다. 아이들이 이 이름을 꼭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만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의 열성은 그대로 전해지기에 충분하다.
교육에 들어가기전에 아이들에게 세가지의 약속을 받는다. "걸을땐?", "살살요!" "뛰면?", "안돼요!", "떠뜰면?", "조용히 해야해요!" 등.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생님의 손길과 목소리에 집중한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천천히 하나하나 동물들의 세상에 빠져든다.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문구보다 선생님의 이 한마디는 교육적으로 훨씬 설득력이 있고 무섭지만 달콤해 보인다.
교육은 내내 질의 응답형식으로 진행된다. 수강생은 도장 두개를 꼭 받아들어야 한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기위해 줄을 선 10여명의 아이들은 설렘과 만족감이 나타났다. 그리고 또 도장 하나를 받아야 한다.
새롭지만 이질적이었던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 이 공간은 지난 2008년 5월 개관했다.
당시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을 놓고 찬반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고가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질을 확보하고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어린이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선도적인 정책이 되어버렸다.
수원미술이 지역미술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 작지만 미술에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시민과의 교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 하나의 족적이 됐다는데 이의를 달 필요가 없어졌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은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만 5세에서 초등학생까지. 하지만 이보다 어리다고 해서 꼭 이곳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문화소외계층 아동인 지역아동센터생이나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들도 1시간 정도의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수원미술전시관의 분관이기도 한 이곳은 영통구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복합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미취학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미술체험을 체공함으로써 동부지역의 어린이미술 요충지로 자리잡고자 했다.
개관 초기부터 교육대상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린이들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의 향상과 자유로운 표현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일반화된 성인 미술전시를 탈피함으로써 어린이미술기관의 전시정체성을 확립하고 어린이미술전시의 새로운 트렌드 형성을 주도하는 큐레이터들의 연구중심지로 나아가고자 했다.
무엇보다 창조적 미술체험활동을 통해 조화로운 인격 형성을 도모하고 다른 미술기관에서 체험할 수 없는 수원미술의 강점을 살리는 전시기획이 돋보이는 곳이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은 연간 10회 안팎의 기획전시를 수행한다. 주중과 주말로 이어지는 체험학습은 오전과 오후, 그리고 사회 기여를 바탕으로 짜여져있다.
미술의 역할이 지역사회의 봉사적 개념까지 포용함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역할과 성과를 어떻게 분석해내야할지는 미술계와 수원시가 해야할 일이지만 그 성과는 사람을 중심으로 보는 하나의 맥과 통한다.
수원미술은 학원미술과 달리 저변이 넓지 않았다. 학계에서 얘기하듯이 거대미술 시장이며 인적 보고인 서울시와 인접한 경기도 내에서 지역미술의 성장은 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미술의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것이 그쯤의 일이기도 하다. 공공미술은 안양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단체장의 절대적인 지원과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가능한 일이라 보여졌다.
이 미술의 작은틀을 깬 것이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이다. 이곳이 미술적 공간인지 문화적공간인지 단순한 체험적 공간인지에 대해서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미술적 공간이며 미래지향적인 작은 터전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은 동수원인 수원시 영통구에 자리하고 있다. 삼성테크노파크 3층.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 원래 아파트형 공장에 처음 오픈했지만 말이다. 550여㎡ 넓이에 사무실, 전시실, 교육실, 교육준비실, 화장실 등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이 작은 아파트형 공장 속의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은 미래지향적인 인재들이 얼마나 공간을 극대화함으로써 미술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거대한 공간 속에 채워넣을꺼리가 많지 않은 것이 수원미술의 한계성이라면 그 확장성은 미술에 대한 진정성에 담겨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며 기획자의 말을 빌려 어떤 형식으로 지역미술이 나아가야 할지 잘 보여준다.
숲 속 재봉사와 숲 속 친구들을 기획한 윤나리 큐레이터는 "수원시 어린이미술체험관은 아파트형 공장식 건물 3층에 입주해있으며 이곳은 주변은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공장이나 사무실, 아파트로 주변 풍경을 이루고 있다"며 "회색빛 도시 이미지가 강한 곳에 위치해 있는 회색빛 도시 속에 가공된 숲 속 풍경을 구성, 삭막할 수 있는 주변에서 뜻밖의 환상 숲 속 공간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숲 속 이야기를 상상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 지역성과 공간성, 그리고 주요 이용대상 모두가 이질적인 위치에 놓여있던 것이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이었다. 시범적인 성격으로 운영되던 민선단체장의 업적사업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그 인기 때문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며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되었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의 확장성은 한계가 명확했다. 이에 그 공간성을 수원시미술전시관과 현재의 북수원 분관에서 담당하게 되는 삼원체제로 확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관을 중심으로 체험이 강조되는 시대가 됐지만 체험과 미술의 융합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수원미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여러가지 제약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창조적 공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수원시어린이체험미술관이 가진 강점과 창조성은 사람이 바뀌더라도 어린이체험미술을 선도하고 새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해온데 있다.
그동안 능력있는 교육 기획자들이 이 자리를 거쳐갔고 머물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개관 당시에 가졌던 이상을 바탕으로 원석에서 시작해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발전 과정을 이어가며 그 근본을 잊지 않는 연속성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수원미술의 발전이 어떤 형식으로 이뤄져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또다른 답은 '정책의 연속성'과 '프로그램의 노하우 전수'라는 인적 한계의 해결, 그리고 사람을 중심으로 한 창조성이 함께 발휘될때 훌륭한 현재의 공간성이 확보된다는 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