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영국은 1215년 대헌장[Magna Carta]을 발표한 나라다. 18세기에 산업혁명을 일으킨 나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미 1589년 캠브리지 대학의 윌리엄 리(William Lee)는 양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 리는 발명에 따른 기득권을 위해 엘리자베스 1세에게 특허권을 요청했다. 왕족 내부는 술렁였다. 논란 끝에 허가하지 않았다. 기계가 수많은 민중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했다. 이면(裏面)에 반대논리가 숨어 있었다. 가령 민중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그에 따른 불만이 쇄도할 것이고,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들의 권위도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불허한 것이다. 하지만 윌리엄 리처럼 혁명적인 기술을 가진 이들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힘을 갖게 되면서 기득권으로 편입된다.
즉 의회가 만들어진 1265년 이후, 군왕과 대립하면서 형성된 귀족계급으로 편입된 것이다. 그때 이 같은 사람들이 편입된 계급이 이른바 젠트리(Gentry)다. 왕족에 비하면 급(級)이 낮긴 하지만 귀족으로 편성된 것이다. 젠트리 계급에는 다시 나이트(Knight)와 에스콰이어(Esquire), 젠틀맨(Gentleman) 등으로 나눠진다. 아무튼 그들이 귀족으로 편입되면서 영국은 실력만 갖추면 귀족으로 편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세상을 이끌고 있는 4차 산업혁명[AI, Iot, Cloud, Big data, Mobile]은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게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다. 끊임없는 창조적 발상과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애쓴 결정체인 것이다. 그런 변화에 발맞춰 기득권을 양보한 것 또한 사회가 진보하는데 한 몫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직업도 권력도 영원할 수 없는 만큼, 도전과 응전 사이에서 투쟁할 따름이다.
김해영(철학박사/문화정보학박사 : 수원미래발전연구회장, 수원대학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