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가 겪었을 수백 수천만 번의 고통과 고뇌 그리고 슬픔을 어찌
몇 자 글로 위로할 수 있을까. 부디 떠난 곳에서 더는 아픔이 없으시길
바란다. 고인의 영면을 빈다.
우리는 ‘위안부’ 운동의 동지를 잃었다.
고인은 그간 ‘부엌데기’ 노릇을 자처하며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왔다고
한다. 삶을 다 바쳐온 이십여 년 활동이 부정당하는 것을 견뎌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운동의 역사가 송두리째 짓밟히는 참담한 광경 앞에서 그
절망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위안부' 운동을 떠받쳐온 또 하나의 숭고한 삶이
스러져갔다. 우리는 동지를 잃었다.
고인이 세상을 등진 게 아니라,
세상이 그를
떠밀었다.
무차별적 취재 경쟁, 끊임없는 의혹 제기와 날조 보도,
소명과 해명은 한 줄 실리지 않는 편파
보도, 자존감을 갈가리 찢는 혐오표현들,
수사협조 의사를 명확히 했음에도 할머니가
계신 쉼터를 들이닥친 무리한 수사. 그 모든 것이 고인을 낭떠러지로 밀어냈다.
진실을 위해 때로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정의연은 최선을 다해 소명에 나서고 있고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근거 없는 억측과 마녀사냥으로 고인의 명예를 더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
민중당은 이 긴 터널을 뚫고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계속 연대하겠다.
그것이 고인은 물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그리고 우리 역사를 위한 일이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0년 6월 8일
민중당 대변인 이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