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부산 대표어묵이 부산역에서 쫓겨난 내막, '삼진어묵' 사태 집중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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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표어묵이 부산역에서 쫓겨난 내막, '삼진어묵' 사태 집중 해부

공기업 코레일유통의 경제논리에 밀려난 부산의 대표 아이콘
기사입력 2017.06.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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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삼진어묵.jpg▲ 부산역 1층 매장. 이 곳은 2층 매장의 30분의1 수준이다. 텅빈 매장 모습이 안타깝다. (사진=윤종철기자)
 
[뉴스앤뉴스=윤종철기자] 부산어묵을 대표하는 삼진어묵이 부산역 2층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산역 매장을 위탁·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코레일)의 지나친 요구에 응할 수 없어 지난 5월 31일 점포에서 철수했다. 

부산 대표어묵이 쫓겨나다시피 짐을 싸서 떠난 자리에는 다른 지역의 어묵제조업체가 들어오기로 했다. 삼진어묵을 애용했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나서며 코레일 측의 이른바 ‘갑질 횡포’에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역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있어서 삼진어묵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먹거리 이상이었다. 부산시민들에겐 자부심을 갖게 하는 상징이며, 타 지역 방문객에게는 필수적인 구매 아이템이었다. 

삼진어묵 부산역점의 ‘대박’은 삼진어묵의 폭발적인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삼진어묵은 지난 2014년 10월 부산역 2층 매장(77㎡)에 최저 월매출액으로 2억 원을 써내면서 낙찰을 받았다. 임대료격인 수수료는 매출의 25%였다. 이후 매장 오픈과 맞물린 ‘어묵베이커리’라는 획기적인 제품 개발로 평균 1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부산역 최대의 수익률을 올리는 매장으로 성장했다.

대박점포 임대인에 대한 매장소유주의 지나친 요구는 공기업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삼진어묵은 부산역에 입점해 지난 2년 8개월간 무려 1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코레일 측에 줬다. 하지만 코레일은 재계약을 맺을 시점이 다가오자 수수료 등의 계약조건을 삼진어묵 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책정했다.

삼진어묵은 매출 확대로 점포에 대한 가치를 무려 6배가량이나 올려놓았지만 결국 쫓겨나고 말았다.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 타 지역 어묵생산업체인 ‘환공어묵 베이커리’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의 어묵 판매권을 차지했다.

부산역점 매장에 대한 재입찰 과정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 

환공어묵.jpg▲ 오는 7월 7일 오픈하는 환공어묵. 부산지역업체 논란이 뜨겁다. (사진=윤종철기자)
 

관건은 코레일 측이 마련한 기준이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부산역 매장 입찰은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삼진어묵이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진행됐다. 삼진어묵이 2016년 10월께 연도갱신포기 서류를 제출하자 코레일은 신규 매장 입점 공고를 실시했다. 

입찰은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 가운데 세 번의 입찰에 삼진어묵이 단독으로 응모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요구 조건에 미달해 모두 유찰됐다. 이후 다섯 번째 입찰에서 ‘최저 월매출액 13억 원, 수수료 26%’를 써낸 환공어묵 베이커리가 낙찰됐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부산역점은 전국적으로 부산어묵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인데 많이 아쉽다. 부산시민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하다”라며 “부산역 매장은 최근 들어 매년 평균 10%정도로 매출이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합리적으로 입찰에 응했으나 결국 타 지역 업체로 넘어갔다”고 심경을 전했다.

타 지역 업체로의 낙찰은 여러 가지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우선 코레일의 모집공고에 부산역 해당 점포에 부산지역 특산품이 들어와야 한다는 권장사항이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비록 강제사항이 아니라고는 하나, 경남 김해에서 만든 어묵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경기도 업체가 부산역에 들어오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코레일이 부산의 상징성은 무시하고 오로지 돈벌이로만 접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업체 관계자들은 코레일이 삼진어묵이 갖는 특성과 그간의 공헌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했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코레일유통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모집공고에 지역 업체를 명시한 부분은 오로지 권장사항이다. 입찰은 합리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부산역 리모델링 이후 진행되는 점포 관련 입찰과정에서 지역 업체에 우선권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계획이 없다. 현행대로 권장사항으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불거진 점은 바로 고용부문이다. 

이번 삼진어묵 부산역점 철회로 가장 힘든 사람들이 바로 매장에서 근무하던 80여 명의 정규직 직원들이다. 삼진어묵은 매장 철수 전에 직원들과 함께 고용승계 문제를 상의했다. 20여 명은 삼진어묵 공장 또는 다른 영업점으로 배치를 하는 걸로 결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60명은 실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대부분 삼진어묵 그리고 부산역의 근무 조건이 좋아서 일하던 이들인데, 퇴사를 결정한 직원들이 많아서 너무 죄송스럽고 아쉽다”면서 “현재 새로 입점하는 업체와 고용승계를 의논 중”이라고 밝혔다.

삼진어묵이 부산역에서 철수하자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판은 기관·언론·시민단체·SNS 등을 망라하고 있다. 우선 부산시 관계자들이 지난 5월 31일 삼진어묵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철수 이유와 타 지역 업체 선정에 대해 따지려고 코레일유통 부산경남본부를 방문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도 발끈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코레일은 수익확대라는 경제논리로 부산향토기업 ‘삼진어묵’ 매장에서 퇴출시키고 동일업종 타 지역 업체를 입점시켰다. 당장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많은 관광객들이 부산역 삼진어묵 매장에서 부산 대표 음식인 어묵을 즐겼다. 이 같은 향토업체를 퇴출시킨 것은 시민과 관광객을 기만하는 행위”라면서 “코레일은 옛 삼진어묵 매장을 지역 향토기업에 즉시 환원하고, 부산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레일의 잘못을 알리는 시민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도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레일의 저급한 장사치 근성과 갑질 횡포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지역민에 대한 배려도 애정도 없을뿐더러 2년 8개월 동안 매월 3억 원이 넘는 임대료를 낸 업체에 대한 배려도 찾기 힘들다”면서 “이는 돈 몇 푼에 부산의 자존심을 외면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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