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뉴스=박귀성 기자]
경찰이 숨진 백남기 농민 시신을 부검하겠다면서 시신부검 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시신부검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이정렬 전직 판사가 이같은 경찰과 검찰의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신청이 부당하다는 법률적 해석을 내놨다.
▲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직사물대포를 맞고 억울하게 317일동안 사투를 벌이다가 사망에 이른 25일 이정렬 전 판사가 경찰의 시신부검영창 청구가 부당하다는 법률적 해석을 내놓았다.
이정렬 전 판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백남기 선생님의 사인(死因)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外傷)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다”면서 “그런 의견이 왜 부당하냐면... ‘부검’은 형사소송법상 ‘사체의 해부’에 해당한다. ‘사체의 해부’는 형사소송법 제140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검증’의 일종이다. 검증을 할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 따라 검사, 피의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10조, 형사소송법 제243조에 따라 검찰청 수사관 등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부검과 관련한 법률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이정렬 전 판사는 이어 “검증에 유족이 참여할 수 있을까? 특별한 규정은 없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41조 제4항에 의하면, 사체를 해부하는 경우 유족에게 미리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런 통지를 받을 권리만 있을 뿐”이라면서 “문제는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바로 경찰이라는 점이다.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인 검사, 피의자, 변호인 중에서, ‘피의자’는 경찰이고, ‘변호인’은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경찰편일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정렬 전 판사는 이에 덧붙여 “검사는 어떨까? 이 사건에 대한 고발사건을 접수하고도 300일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검사가 이 사건에서 ‘피의자’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면서 “즉, 이 사건에서 부검을 실시할 경우, 피해자인 백남기 선생이나 그 유족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은 참여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이루어진 부검의 결과가 진실규명보다는 사실은폐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따라서, 백남기 선생님에 대한 부검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법률적 해석을 내놨다.
이정렬 전 판사는 그러면서 이날 글의 말미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백남기 농민이 국가권력인 경찰의 직사물대포를 맞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317일 동안 사투를 해맸지만 25일 오후 억울하게 한을 남기고 별세한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후 11시쯤 백남기 농민의 사체를 부검하겠다면서 검찰에 시체부검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다음날 0시14분쯤 법원이 시체부검영장을 청구했다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밝혔다.
때문에 법원이 언제 영장을 발부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백남기 농민 유가족들과 백남기 대책위원회, 시민사회단체 500여명은 26일 새벽 국가 공권력의 마구잡이 집행식 전횡에 맞서기 위해 서울대학병원에서 노숙을 하며 고인의 빈소를 지키고 있고, 경찰을 만일의 영장 집행과정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장례식장 외곽을 포위하고 있는 긴장한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