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모든 사업장에 건강관리 전문가를 배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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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장에 건강관리 전문가를 배치하라

기사입력 2015.06.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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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334838_1ec43fa01449ee958fbcdd4436b56268_M.jpg▲ 정혜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전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의 충격에 휩싸여 있다. 사회활동도 중지되고, 각종 행사도 취소되고, 여러 명이 집단으로 모이는 곳은 모두 접근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학교들도 휴업을 연장하고 있고, 휴업을 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발열 체크를 하고 있으며, 교육청에서는 예비비로 손소독제나 방역위생용품 등을 구입하여 긴급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의 이와 같은 조치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고, 우리나라 국민이 과잉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장 건강위험요인들이 관리되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집단이 모여 생활하는 터전인 직장은 어떠한가? 직장인들은 건강이 안 좋아도 유급휴가를 받을 수가 없고,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으며, 스스로 알아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도 규모가 큰 사업장에는 회사의 보건관리자에 의해 직장인 건강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건교육이나 위생점검 등이 실시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회사 내에 보건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다음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직장 내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유해물질과 같은 화학적 요인, 소음과 분진 등의 물리적 요인, 메르스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 불안정한 작업자세와 같은 인간공학적 요인, 직무스트레스 및 고용불안과 같은 사회심리적 요인 등 참으로 많은 유해요인들이 직장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직장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50인 이상의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관리자로 선임될 수 있는 자격은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관리기사 등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보건관리자를 두어야 하는 사업장은 우리나라의 모든 업종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과 광업 등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일부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업에서도 산업재해 발생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보건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광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수는 30,353명인데,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61,471명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자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은 종류와 내용이 다양하여 직장인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여러 유형으로 복잡하게 나타난다. 음식숙박업에서는 화상, 피부질환, 반복동작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백화점․할인점․호텔․항공사 등에서는 고객 대면으로 인한 감정노동이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으며, 서서 일하는 작업으로 인한 하지 정맥류 등이 발생하고 있고,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환경미화원의 경우에도 고정적인 야간작업,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장애, 야외 근무로 인한 다양한 계절성 질환이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의 근로자들의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매우 높은 직종이다. 건설업에는 옥외작업으로 인한 온도장애, 분진으로 인한 진폐증의 위험,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페인트 등의 다양한 화학물질 사용 등의 위험요인이 있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2014년부터 운수업과 금융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업종을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으로 추가하였고, 2015년부터 건설업을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으로 추가하였다. 사무직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고, 컴퓨터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무직은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에 포함되어도 모든 사업장에 보건관리자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50∼300인 규모의 사업장은 보건관리자 전담 배치가 사업주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사업장 내의 다른 사람이 보건관리 업무를 겸임하거나 외부기관에 보건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였고, 300인 이상 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만 전담으로 보건관리자를 두도록 하였다.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피해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약칭 기업규제완화법)’에 의하여 300인 이상 되는 사업장에도 보건관리를 겸임하거나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보건관리 위탁기관은 월 2회만 사업장을 방문하면 되기 때문에 내실 있는 근로자 보건관리를 수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근로자 보건관리는 사업장 전체의 건강 문화를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건강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다. 전담 보건관리자가 배치된 경우에는 조직관리와 개인관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추진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효과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1993년 제정된 ‘기업규제완화법’ 제1조에는 기업 활동에 관한 행정규제의 완화 및 특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기업규제완화법’의 위력은 더욱 강해져 1997년에 중소규모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안전․보건관리자에 대한 규제완화가 모든 규모의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개정됨에 따라 많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자를 전담으로 채용하지 않고, 겸임을 시키거나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이로 인한 산재보상지급액만도 2013년 기준으로 연간 3조 8천만 원에 이르고, 간접적 손실액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연간 19조 원에 이른다. 산재를 입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근로손실일수는 연간 5,276만일로서 2013년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 63만일의 83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3년에 1,929명이 발생하여 하루에 평균 5명이 직장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관리자 선임의 경제적 효과: ‘높은 비용-편익’과 ‘일자리 창출’


이처럼 사회적․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기업규제완화법’에서는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음으로써 인건비를 줄여 기업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겠다는 시각을 지향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선임하게 되면 응급처치․건강진단 후 사후관리 등의 근로자 건강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건강상담 및 보건교육과 생활습관 개선 및 직무스트레스관리 등의 건강증진 업무를 추진하며, 교대근무관리․작업자세 지도 등의 작업관리와 화학물질관리․보호구 착용 등의 작업환경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보건관리자 선임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비용보다 편익이 1.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정혜선 등, 2010), 300인 미만의 중규모 사업장에서도 보건관리자 선임으로 인한 편익이 비용보다 1.4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담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겸임을 하는 경우보다 편익이 2.31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보건관리자 역할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정혜선 등, 2007).


안전․보건관리자를 전임으로 채용할 경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는 큰 기여를 하게 되며, 종합적인 질병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때도 직장인들에게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신종플루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고,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해도 응급처치를 통해 근로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는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 문제와 직결된 보건관리자 채용을 단순히 규제완화의 관점에서만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직장인 건강관리가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20년이 넘게 존속하고 있는 ‘기업규제완화법’은 그동안 많은 조항들이 현실과 맞지 않아 삭제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전체 75개 조항 중 33개 조항이 삭제됨으로써 44%의 규제완화 조항이 사라진 상황이다. 그러나 안전․보건관리자의 의무고용과 관련된 조항은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기업규제완화법’의 안전․보건관리자에 대한 겸임과 위탁제도에 대한 조항이 하루 빨리 삭제되어 산업안전보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 사업의 내실화가 중요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소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어 더 큰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율은 0.86%로 우리나라 평균 재해율 0.59%보다 높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재해율 0.18%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재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위해 정부에서는 연간 3만 개의 소규모 사업장을 연 2∼4회 방문하여 보건관리를 수행하는 국고지원 보건관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193만 개의 1.6%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관리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를 위해서는 안전보건공단이나 공공기관 등에 보건관리 전문가를 배치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하여 보건관리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는 대규모 사업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 50세 이상의 장년 근로자, 여성 근로자, 청소년 근로자, 장애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보다 밀착된 보건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의 취약 주민을 위하여 전국의 보건소에 방문건강관리 인력 약 2,700명을 배치하여 가정방문을 통한 직접적인 보건관리를 수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산업보건 분야에서도 취약계층 근로자의 보건관리를 위해 산업보건 전문가를 공공기관에 채용하여 직접적인 보건관리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이상구, 2015).


모든 근로자를 위한 산업보건 전략: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는 건강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보건기구(WHO) 공동위원회에서는 1950년에 이미 산업보건을 정의하면서 모든 직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을 고도로 유지 증진시켜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산업보건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근로자 건강의 불평등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다. 산업보건에서 불평등 요인은 기업의 특성(규모, 임금, 복지수준)과 근로자의 특성(성별, 연령, 학력, 인종, 고용형태) 등 다양한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격차를 극복하고 불평등 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다양한 접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산업보건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산업보건사업은 사업장의 각종 건강문제(작업관련 질환, 재해, 부상, 스트레스 등)를 예방하고, 건강증진 능력을 키우며,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 현대적인 기업 전략이다. 그리고 모든 직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산업보건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건강불평등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이에 더해 근로자의 건강형평성을 높은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근로자를 위한 산업보건 활동은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함께 발전하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에 잘 부합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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