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최저임금에 연동한 최고 소득세율 적용’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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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연동한 최고 소득세율 적용’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6.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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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8200636_69de3bbcb57d14a3dd5cd76847f996b1_M.jpg▲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학교 교수)
 
최근 우리의 목구멍과 식도에 청량감을 줄만한 자극적인 법률안 하나가 제출되었다. 그래서 일명 ‘사이다 법’으로도 불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불평등에 도전하기 위해 6월 28일 발의한 최고임금법이 그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소득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48%를 차지해서 50%를 차지하는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누진세제와 복지지출이 모두 부실해서 재분배를 통한 불평등의 완화 효과가 아주 미미하다. 결국, 대한민국은 소득 격차가 세계적으로 크고, 복지를 통한 재분배 효과가 아주 작은 불평등과 격차의 나라이다.

심상정 대표의 최고임금법은 이런 대한민국에서 심각한 불평등에 맞서 시의 적절하게 양극화와 격차를 해소하고자 구체적인 정책으로 거대한 변화를 도모하는 아름다운 정치의 표상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휩싸여 있을 때 ‘최고임금’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법률안을 제출한 것은 통쾌한 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심 대표의 최고임금법이 과연 스스로 제시한 양극화 해소와 소득재분배라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해서는 꼼꼼히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공유, 그러나 실천은?

제20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진행된 원내 3당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확인된다. 소득의 불평등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불평등의 해소가 여야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6월 2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 문제를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향 평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두 야당도 대표 연설에서 “소득 격차를 해소하여 내수를 확보하고 성장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여야 3당 지도부의 생각이 일치했던 것이다.

대한민국만큼이나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인 영국과 미국에서는 우리 보다 먼저 불평등과 양극화가 큰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그래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적 이변들이 일어났다. 영국의 노동당 당수 선거에서 제레미 코빈 바람이 거세게 일었고, 미국의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 돌풍이 불었다. 이들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종주국들에서 불평등의 해소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득표에 도움이 되면 무슨 말이든 하고 보는 대한민국의 기성 정치권에서 이런 정치적 화두를 그냥 놓고 지나칠 리 없다. 그래서 여야 정당들 모두가 이 문제를 입에 올린다. 이들 모두 시대정신을 인지했다니, 이건 어찌되었든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의지와 실천능력이 있는 지의 여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정당정치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경험을 기초로 평가해볼 때, 여야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치적 우려를 표현하는 수준에 머물고 말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2년 대선 때도 그랬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을 들먹이며 정치적 의지를 과시하더니 결국 아무 것도 실천하지 않은 채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우려를 정치적으로 표명하는 것과 달리, 이런 격차사회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은 거대한 변화를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심상정 대표의 최고임금법,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런데 심상정 대표는 여야 3당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데 더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정책을 법률안으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법인에 근무하는 임원 및 직원의 최고임금 상한을 최저임금의 30배(2016년 기준, 약 4억5천만 원)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것을 초과하는 임금을 수수한 개인과 법인에게는 부담금과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리고 여기서 거둬진 수입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뉴딜 경험에서 보았듯이,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하 소득계층 간의 ‘대압착(great compression)’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 논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최고임금에 대한 통제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 심상정 대표가 제출한 최고임금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법인 임원 등의 과도한 임금 등을 제한함으로써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제고하고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하여 소득재분배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안 제1조)
 
나. 이 법은 법인의 임원 및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법인은 법인세법 상 비영리법인을 제외한 내국법인을 대상으로 함.(안 제2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다. 최저임금액의 30배를 최고임금액으로 하고, 법인 등이 소속 임원이나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의 30배 이상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함.(안 제2조 제6항, 안 제5조 제1항)
 
라. 법인 등은 최고임금액 이상을 지급받는 자의 명단을 국세청장에게 제출하도록 함.(안 제5조 제2항)
 
마. 최고임금액 이상 지급된 액수는 손금불산입하며, 그 초과 액수에 대해서는 임금 등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임금 등을 지급한 법인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함.(안 제6조, 제7조, 제8조)
 
바.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고임금액을 최저임금액 고시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관보에 고시하도록 함.(안 제4조)
 
사. 부담금, 과징금, 과태료 수입 등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지원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함.(안 제13조, 제14조, 제16조)
 
아. 최고임금액 초과 지급받는 자 명단을 허위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법인 등에 대해서는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함.(안 제21조)

정리하자면, 최고임금법의 목적은 소득재분배 효과의 제고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법인에 근무하는 임원과 직원의 최고임금 상한을 최저임금의 30배(2016년 기준 약 4억5000만 원)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것이다. 법인은 최고임금액 이상을 지급받는 자의 명단을 국세청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최고임금액을 초과하는 임금을 수수한 개인과 법인에게는 부담금과 과징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여기서 거둬진 수입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사업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심 대표의 최고임금법이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 수단을 제대로 선택한 것인지, 그리고 이런 정책 수단이 우리나라의 헌법에 부합하는 지도 의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받은 보수는 216억 원이었다. 216억 원은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806배이고, 최저임금의 1650배에 달한다. 2014년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일반 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180배에 해당한다. 이런 추세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영국과 미국 같은 시장만능주의 중심국가 뿐만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이뤄왔다. 그리고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이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물결이 높아졌다. 그래서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당은 CEO 임금이 중간소득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2015년 영국 노동당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제레미 코빈이 최고임금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 대표의 최고임금법은 이런 세계적 반성과 성찰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그 방향은 옳다고 하겠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검토해보면 심 대표의 최고임금법에는 허점이 보인다. 우선, 법률의 목적과 정책 수단이 제대로 연결되는 것 같지가 않다. 법인 임원 등의 과도한 임금, 즉 최고임금을 제한한다고 해서 어떻게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이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법률로 최고임금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소득의 일차분배에서 소득자 간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는 확실하다. 그런데 이 법률을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얻으려면 소득재분배에 활용할 재원을 걷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최고임금을 초과하는 임금을 임원들에게 제공해야만 한다. 즉, 심 대표의 최고임금법은 법률의 목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업이 법률을 어길 것을 기대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심 대표의 최고임금법이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직접 제한하는 것이 법률적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이것은 최저임금에 연동하여 최고임금을 설정함으로써 경영계가 최고임금을 올리고 싶으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데 찬성하도록 유인을 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측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매년 최저임금의 동결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이런 방식의 설계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임금의 직접적 제한이라는 극약처방이 법률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법률적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자유민주주의 경제 질서의 근간이 되는 ‘계약의 자유’ 원칙을 넘어설 만큼 충분한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이후 많은 나라에서 제도화된 최저임금법은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법률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임금의 최고치를 설정하고 직접 제약을 가하는 최고임금법은 법률적 정당성을 얻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 연간 10억 원이나 100억 원을 받던 사람에게 갑자기 연간 4억5천만 원만 받으라는 내용의 법률적 강제를 가하는 것이 합헌으로 수용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저임금에 연동한 최고임금의 제한’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 방안을 강구해봐야 한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미국 뉴딜의 최고 소득세율

대공황 직전인 1928년, 미국에서 최상위 1%의 부자들은 전체 국민소득의 약 ‘4분의 1’(23.9%)을 가져갔다. 그런데 뉴딜의 정책 효과가 뚜렷해진 1950년대에 이르러 이들 최상위 1%의 연간 소득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미국의 소득분포는 뉴딜 이전의 ‘밑이 넓은 피라미드형’에서 뉴딜 시대에는 ‘가운데가 두툼하게 부푼 다이아몬드형’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시작된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 기조 때문에 뉴딜의 성과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미국의 소득분포는 다시 다이아몬드형에서 피라미드형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미국의 최상위 1% 부자들은 전체 국민소득의 23.5%를 가져갔다. 그런데 이것은 대공황 직전인 1928년의 그것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미국에서 부자들은 엄청나게 돈을 벌었지만 1900년대 초반까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18년 부자들은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최고 소득세율 77%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1920년대의 연속된 공화당 보수정권에 의해 단계적으로 줄어들다가 1926년 쿨리지 대통령 당시 최고 소득세율이 46%에서 25%로 대폭 삭감되었다.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시작되면서 1930년대 중반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최고 소득세율이 63%로 올랐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에는 2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33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66%의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했다. 그리고 1944년에는 2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94%의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했다. 이후 미국은 뉴딜 시대인 1950년대와 60년대 초반까지도 부부합산 4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91%의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했다.

미국은 민주당의 케네디 대통령 당시에 최고 소득세율을 다소 인하했다. 그럼에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까지 최고 소득세율 70-77%를 유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레이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는 최고 소득세율을 기존의 70%에서 50%로 삭감했다. 그리고 1986년에 다시 최고 소득세율을 28%로 낮추었다. 신기하게도 이것은 1926년 공화당 쿨리지 대통령 때의 최고 소득세율 25%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39.6%로 올랐다가 2003년 아들 부시 대통령 때 35%로 떨어졌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 정책은 1929년 대공황 이전인 1920대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그래서 지난 30년의 결과 또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소득 불평등 해소, 어떻게 할 것인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격차사회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것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고통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우리 경제의 중병이기 때문이다. 피부가 가렵다고 가려운 곳을 약간씩 긁어주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우리는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진단에 근거해서 올바른 처방을 내리고, 이것을 담대하게 실천해야 한다. 소득 불평등과 격차의 해소를 위해서는 일차분배인 시장소득의 격차 해소 전략과 함께 이차분배인 재분배 전략을 체계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전략은 미국 뉴딜의 총체적 불평등 해소 전략인 ‘대압착’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어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먼저, 일차분배인 시장소득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즉, 공정한 경제 질서의 제도적 확립을 의미하는 경제민주화 조치들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소득자 간의 시장소득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장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있다. 첫째, 기초생계가 보장될 정도로 최저임금을 충분히 인상해야 한다. 둘째, 노조 조직률과 노동권의 신장을 통해 임금 교섭력을 확장함으로써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여야 한다. 셋째, 고소득자들의 최고임금이 무한정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통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차분배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관련 정책으로는 첫째, 보육, 교육, 의료, 직업훈련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의미하는 보편적 복지(사회서비스)를 통해 서민가계의 실질적 소득 향상 효과를 높여야 한다. 둘째, 사회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보편적 소득보장 제도를 통해 노동자와 서민가계의 항상적 소득보장 효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전소득을 내실화하여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노동자와 서민 등 아래쪽 계층의 처지를 위로 밀어 올리고 부자와 고소득자들의 위치를 좀 끌어내리자는 것이 바로 ‘대압착’ 전략이다.

심상정 대표의 최고임금법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최저임금에 연동한 최고임금의 제한’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최저임금에 연동’한다는 기본 방침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최저임금 인상 유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고임금을 설정하여 직접 제한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수정해야 한다. 즉, 최저임금에 연동해서 배수로 일정 금액(가령, 최저임금의 30배 또는 50배 등)을 설정하고, 이 금액을 기준으로 최고 소득세율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뉴딜 시기 때 90% 넘는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한 전례를 참고하여 우리는 70∼90% 사이에서 정치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 최고 소득세율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심상정 대표의 최고임금법에 비해 몇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째, 최저임금에 연동한다는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일차분배의 효과도 상당한 수준으로 누릴 수 있다. 둘째, 최고 소득세율의 적용을 통해 확보된 추가 세수는 소득재분배 정책에 사용되어 복지국가의 미래를 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셋째, 임금의 최고치를 설정하는 최고임금법이 ‘계약의 자유’가 중시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에서 법률적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데 비해, 최저임금에 연동한 최고 소득세율 적용 방안은 이미 ‘계약의 자유’ 종주국인 미국에서 뉴딜 시기 20년 동안 90%를 넘는 세율을 적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적법한 방안이다. 넷째, 이 방안은 일차분배와 이차분배, 즉 분배정책과 재분배정책을 누진세 제도(최고 소득세율)의 적용을 통해 통합하는 실질적인 ‘대압착’ 전략이며,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미래를 여는 효과적인 정책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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